그 전까지는 잘 몰랐지만, 이번 앨범에서 비의 "Love Story" 라는 곡 덕분에 이 가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까지도 "퍼포먼스"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느꼈지만,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노래실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컴백 후에 수많은 예능프로에 나와서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공연중에 가만히 서서 이를 악 물고 있을 때가 있다. 이건 연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움직이지도 못할 만큼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비는 이제까지 대부분의 Love Story 라는 곡을 플랫해서 불러왔다. 실제 앨범에 실린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것은 여러곡을 불러야 하는 콘서트나 라이브 등에서 흔히 하는 것이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헌데 본방을 못보고 컴퓨터가 고장난 관계로 이제서야 본 SBS 가요대전에서, 비라는 가수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격렬한 퍼포먼스 속에서 비 처럼 노래하는 것은, 뭐 한 몇 년 연습하면 가능하리라 본다. 그리고 중간중간 들어가는 흴이 담긴 추임새 역시 경험으로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헌데, 혼을 싣는건 비 밖에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의 춤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정해진 패턴이 있다. 그리고 비와 유사한 춤을 추는 가수로는 유노윤호라던가, 세븐, 신동 등 일정 수준의 일렉트릭 부기 스텝을 소화하는 가수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헌데, 비는 박진영의 말을 빌리자면 애초에 시작이 "힘" 이었다. 박진영은 "세븐은 힘을 주고, 비는 힘을 빼라" 라는 주문을 했었다.

현재 샤이니의 태민군을 보면, 연습된 춤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내뿜는 느낌은 "중도"다. 너무 부드럽지도, 너무 강하지도 않다. 반면 유노윤호의 춤이나 2PM의 재범군의 춤을 보면 분명 "강하다"는 느낌부터 든다. 분명 비도 예전엔 이러했다.

지금 비는, 가끔씩 중간중간 "헐렁하게 춘다" 라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분명 느껴지는 것은 포인트를 줘야 할 부분은 확실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고, 동작 하나하나는 확실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동작들에 치여서 띄엄띄엄 노래하고는 있지만, 마이크로 느껴지는 헐떡이는 숨소리로만 본다면 신기할 정도로 노래를 하고 있긴 하다. 이건 잘한다는 느낌 보다는, "어떻게 저 상황에서 '소리'를 낼 생각을 할까?" 라는 느낌이다. 그 정도로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노래는 하고 있다는 거다. 물론 호흡이 짧고 음정도 불안하고 전반적으로 절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다는 거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여기까지는 동방신기도 완벽하게 하고 있는 부분이다. 헌데 이번 SBS 가요대전 공연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선곡을 했다. 댄스의 격렬함으로 따지면 가장 상위에 있는 "I'm Commin"을 가장 먼저 한 이후, 정말 간신히 "Rainism"을 소화했다. 헌데 그 이후에 비가 낼 수 있는 음역대의 끝에 걸린 "Love Story"를 불렀다.

일반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성이다. 그리고 당연하게 전세계 누가 공연을 했다 하더라도 Love Story를 부를 때가 되면 숨이 턱이 아니라 머리 꼭대기 까지 차올라 있을 거다. 그리고 비 역시 그랬다.

발성이라는 건 퍼포먼스와 동시에 행해질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동방신기의 시아준수군은 굉장히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시아준수군의 경우, 노래를 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보아와 유사하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은 비슷한 방법으로 소리를 내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격한 안무중에도 안정적으로 곡을 소화한다. 하지만 시아준수군의 경우, 보아의 극도로 훈련된 느낌 보다는 보다 "혼"이 실려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안무가 없는 발라드 곡을 할 때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이것은 양날의 검인데, 시아준수는 발라드를 부를 때에도 안정감보다는 감정적인 느낌이 보다 많이 난다. 바꿔 말하면 이승철처럼 부를 수는 없다.

요는 "비"인데, 비는 발라드 넘버 한 곡만 부를 때에는 상당히 안정된 호흡과 발성을 사용한다. 적어도 이번 앨범에 와서는. 헌데 이것이 모두 불가능한 이번 가요대전에서는 어떨까?


비의 춤은 분명 이전보다 부드러워 졌다. 하지만 비가 가진 기본적인 자세는 하나도 변한것이 없었다. 예능에 나와서 웃는 모습은 분명히 훈련된, 밑 입술을 물고 윗니를 보이는 전형적인 탐 크루즈의 미소였지만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진짜다. 그리고 예능에 나와서 말한 무대와 관련된 말은 정말로 진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시작부터 목이 쉬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Love Story 의 가장 포인트는 "지금, 이 노래를 들어" 부분이다. 이 부분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음정은 다운되고 결정적으로 산소가 없었다. 도저히 부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헌데, 제대로된 발성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이크가 빨아들이지 못했지만 그는 분명 몇몇 부분 외에는 말도 안되게 제 음정을 찾아서 부르고 있었고, 절대 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포인트 부분 조차 불러버렸다. 물론 목이 터질듯이 절규하긴 했지만,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역대의 음을 최악의 상황에서 절규하듯이 내지를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분명히 잘 부른 곡은 아니었다. 정말로,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못불렀다. 그럼에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정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그 무대에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쩌면 능력 이상의 것을 보여줬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가수에게서 정확한 음정과 박자, 발성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따위 것들은 잘나신 평론가들과 노래학원 선생들이 원하는 것들이다. 사람들은 가수의 노래를 "함께 느끼고" 싶어한다. 함께 신나하고, 함께 즐기고, 함께 춤추고 싶어한다. 그리고 비의 Love Story 를 들으면서 함께 슬퍼하고 싶어한다.
이수의 노래에서는 정확한 음정과 박자가 있다. 하지만 그의 노래는 귀에만 들린다. 하지만 박자도, 음정도, 호흡도 거칠어 불안하기 짝이 없는 비의 노래는, 가슴속에 울린다.





과연 비가 오늘 있을 MBC 가요대제전에서 정상적인 라이브를 할 수 있을까? 그는 이미 SBS 가요대전에서 완전히 재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지만 모두들 알고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닫긴 했지만 나 역시 이제야 알았다.

비는 올해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멋진 무대를 보여 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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